학생들의 삶과 맞닿은 영어 수업 만들기
‘김치원’의 《사회를 읽는 주제통합 영어 수업》, 에듀니티, 2021.을 읽고
일견 상당히 상식적이고 본질적인 명제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언어(영어)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사회에 대한 능동적이고 공정한 참여를 위한 수단임을 인지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언어학습을 통해 삶에서의 정치적 문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되면 학생들이 영어 의사소통 역량을 신장된다고 보는 영어교수법 분야가 있다. Participatory Approach가 그것인데, 본 책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교수방법과 여러 교수법을 접목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디자인하는 영어 수업을 보여준다.
《사회를 읽는 주제통합 영어 수업》의 저자이신 ‘김치원’ 선생님은 현직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으로 십 수 년간 다양한 학교를 거치며 수 많은 학생들과 영어 수업을 꾸려 왔다. 이 책은 결코 짧지 않은 그의 교직생활 가운데 그가 학생들과 함께 숨쉬며 줄곧 해왔던 “더 나은 삶을 말하는 영어 수업”에 대한 고민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김치원 선생님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AI, 기계번역의 발전으로 영어교사의 효용에 대한 의구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우리 사회와 영어교사들이 당면한 불안을 다루며 책의 포문을 연다. 단순히 효율적인 측면에서만 이 문제를 고려한다면 인간인 교사는 기계와 맞서 싸워 생존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기계는 우리 인간보다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정보를 더 빨리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변화하는 시대에 영어교사는 왜 필요한 존재인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밝힘으로써 영어교사와 우리 사회가 가진 불안감을 떨쳐낸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 현장의 학생들과 부딪히며 저자가 기획하고 수행했던 주제통합 영어 수업을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일선 중, 고등학교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진도나 평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래서 영어교사를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필자의 수업 기록들이 더욱 훌륭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김치원 선생님은 나와 같은 독자들의 경외심을 예상이라도 했던 듯 어느 영어선생님이든 노력과 열정만 있다면 주제통합 영어 수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격려와 세세한 경험을 책에 기록해두었다.
저자의 자세하고 철저한 주제통합 영어 수업 복기(復記)는 학생들의 삶과 교사의 교육철학이 녹아 있는 영어 수업을 구현하고자 하는 모든 영어선생님들에게 하나의 가이드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더불어 그러한 영어 수업은 학생들에게 ‘영어’라는 과목이 단순히 어려운 문법 지식을 암기하고, 통사 구조를 기억하며, 주어진 읽기 지문을 달달달 외우는 무식한 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학생들에게 영어도 결국 언어이고, 그러므로 자신들의 삶을 바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窓)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범교과 주제통합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 교실수업 현장을 보면 각 교과목 수업의 벽은 생각보다 여전히 공고하다. 자유학년제, 프로젝트식 수업 진행 등 다양한 까닭으로 여러 교과목이 융합된 범교과 수업 진행이 뭇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의 각 교과목은 철저히 분리된 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범교과 주제통합 프로젝트 수업은 이러한 공고한 교과의 벽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융합형 사고력의 증진을 가져올 수 있다.
예전에 KBS의 ‘1박 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직 선생님들을 초대하여 에피소드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한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 있다. 교사가 편하면 학생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 말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겠지만 짧게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교사가 편안함을 좇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학생들은 성장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 주제통합 영어 수업도 교사의 많은 고민과 준비, 노력을 요구하는 쉽지 만은 않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고 더 나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값어치가 있는 일이며, 그것이 교육자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 신대한 /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3학년
* ‘에듀니티’ 서평단에 참여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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